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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넷플릭스 [언프로스티드] - 실망스러운 이유 (스포일러X)

by 북카루 2024. 5. 9.

 

 

나는 배우 멀리사 맥카시의 영화라면 무조건 본다. 에이미 슈머도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다. 1950~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특유의 색감도 좋아한다. 뻔뻔스런 미국식 유머를 구사하는 코미디 영화도 좋아한다. 음식이 소재인 영화도 좋아한다. 미국산 과자도 어릴 때 엄청 좋아했고 미국 여행을 갔을 때는 눈에 보이는 종류대로 다 먹어 봐야 직성이 풀렸다. 켈로그 팝 타르트도 호기심에 사서 먹었다.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 [언프로스티드] 의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켈로그와 포스트라는 두 회사의 라이벌리, 팝 타르트라는 제품의 실제 탄생 역사를을 유명한 배우들이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내는 줄 알고 무척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너무나 실망이다. 

 

왜 실망이었는지 주요 등장 인물을 통해 설명해 보겠다. 

 

밥 코배나(제리 사인필드) 

켈로그 회사의 중역. 나는 시트콤 사인필드를 안 봤지만 그래도 이 배우의 얼굴은 눈에 익은 편인데, 연기는 잘 한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재미없다. 그냥 사장 눈치 보고, 옆으로는 동료에게 경쟁 의식 느끼고, 회사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분투하고.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없다. 포스트 회사의 쓰레기통에서 시제품 조각을 찾아 먹는 아이들과 조각을 나눠 먹는 모습 정도? 

 

켈로그 사장 

그냥 전형적인 무능한데 회사 상속받아서 윗자리에 앉아 있는 사장 역할. 

 

영국 배우 '설' (휴 그랜트)

켈로그의 기운 넘치는 호랑이를 연기하는 영국 배우 역할. 호랑이 탈을 쓰면 너무 덥다고 영국 액센트로 짜증내는 게 그나마 재미있는 정도다. 영국 배우임을 강조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복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지만 '미국 문화가 싫은 도도한 영국인' 이라는 뻔한 캐릭터. 

 

마조리 포스트 (에이미 슈머)

포스트의 사장. 켈로그와 경쟁 의식에 불탄다. 성격이 까다롭고 못되어서 아랫사람을 괴롭힌다. 타자기로 두들겨패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도 재미가 없다. 그냥 뻔하게 못된 사장 역할.

 

도나 스탠코우스키 '스탠' (멀리사 맥카시)

멀리사 맥카시는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어느 정도 반복한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건(특히 남자들이 뭐라건) 자신의 뜻 관철하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옷 입기, 모든 걸 깔아뭉갤 듯 운전하기 등.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멀리사 맥카시의 힘세고 명랑한 캐릭터마저 맥을 못 추는 느낌이다. 이것저것 눈치를 보는 듯도 하고 신나게 놀기에는 판이 너무 작고 답답하다. 

 

쿠바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등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쿠바는 사탕수수(설탕) 마피아, 독일인은 과거 나치였던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 이탈리아인은 특유의 억양을 쓰며 오바쌈바하는 요리사다. 하나도 재미없는 것은 둘째치고 이 나라 사람들이 보면 심각하게 모욕감을 느낄 것 같다. 특히 나치 유머는 과연 괜찮은가 싶다.

 

제임스 마스던의 아이 캔디 미남 역할은 미녀 역할 대신 넣었다고 생각하면 덜 뻔하긴 하지만 역시 재미없다. 설탕 대신 '고과당콘시럽' 을 쓰니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장면만 씁쓸한 유머로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은 슬랩스틱 연기까지 열심히 하지만 영화를 살리지는 못하고 쓸데없이 폭력적인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며 지저분한 유머는 그냥 지저분하기만 하다. 

 

영화가 하도 엉망이니 내용도 다 뻥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포스트 사가 먼저 팝 타르트와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고 '컨트리 스퀘어' 라고 이름 붙인 것이나, 켈로그가 뒤지지 않기 위해 팝 타르트를 출시한 것 등은 사실이라고 한다. 팝 타르트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너무 잘 팔려서 물량이 따라가지 못한 것도. (영어 위키피디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