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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클릭워커(clickworker) 30분만에 그만둔 이야기

by 북카루 2024. 5. 26.

 

 

 

 

재택 부업, 인터넷 부업 등으로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일 중 하나가 '데이터 라벨링' 이다.

 

나는 데이터 라벨링이라는 말을 친구에게 처음 들었다.친구가 '너 영어 잘 하잖아. 영어 잘 하면 외국 데이터 라벨링 일도 할 수 있대.' 라고 하면서 알려 준 게 바로 클릭워커(clickworker) 였다.

 

클릭워커로 검색해 보니 블로그에 꽤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나왔다. 글 마무리에 추천인 ID 같은 걸 쓰면서 끌어들이는 내용도 아니고 해서 그냥 호기심이라도 채워 보자 하고 시작해 봤다.

 

가입하고 일을 시작하는 건 쉬웠다. 외국 사이트에 가입해 본 경험은 많다. 생활 영어 정도는 자신 있고. 또 웹사이트 가입과 어플 가입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어플에서는 내용이 한국어로 자동 번역이 되어서 편했다. 원래 25문항 정도의 영어실력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데 나는 어찌된 건지 몰라도 테스트도 자동 통과가 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음성 녹음 일이었다. '하이 빅스비' 라는 내용을 10번 정도 녹음하는 것. 주변 환경이 조용해야 하고 집중해서 10번 녹음하는 게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할 만 했다. 보수는 2.5유로 정도나 되었다. 내 음성이 어디에 쓰이는 건지 조금 찜찜하긴 했다. 요즘 세상에 딥페이크 범죄 등의 험한 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으면 한국어 테스트를 완료하라고 했다. 한국어 테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서 일정 시간 동안 한국어로 말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얼굴 전체가 완전히 나오게 찍어야 하고, 입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심지어 이름, 국가, 현재 날짜까지 말하고 시작해야 한다.

내 얼굴, 목소리,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하는 동영상을 꼼꼼하게 찍어서 전송하라니...? 나는 인터넷에 올리는 풍경 사진에 내 얼굴이 비쳤거나 다른 사람들이 찍힌 부분은 꼼꼼하게 모자이크해서 올리는 사람이다.

물론 이 영상은 절대 무슨무슨 목적 외에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있긴 했지만 이 무서운 세상에 어떻게 그걸 믿으란 말인가? 그것도 외국 사이트로 전송하면서?

 

한국어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뜨기는 한다.

 

 

 

 

내 얼굴 사진 9장 찍어 보내기, 내 아이의 얼굴 사진 찍어 보내기 등등.

물론 이것도 AI 러닝 등의 목적 이외로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셀카 올리지 말라, 자녀의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 새로운 인터넷 보안 윤리 지침인데 그와 정반대되는 것을 보니 놀라울 뿐이었다.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일을 하겠지?

 

더 놀라운 일도 있었다.

카카오뱅크에 가입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카뱅 어플에 가입할 때는 핸드폰 카메라로 신분증을 스캔하는 과정이 있다.

아마 이런 과정을 처리하는 AI 도구에 필요한 일 같은데, 내 신분증 중에서도 증명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을 찍어서 올리는 일이었다. 아무리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이 뜬다지만 내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서 외국 사이트로 올릴 수 있겠는가. 몇 유로(몇 천원) 벌자고 말이다.

 

심지어 내가 처음 했던 2.5유로짜리 음성 녹음 일은 나중에 rejected(거절) 이라고 안내문이 떴고 돈은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심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았나 보다.

 

이 외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긴 한데 건당 0.5 유로 정도의 설문조사 일이다. 이것도 몇 개의 질문에 답한 후 설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참여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뜬다. 3번 정도 시도해서 겨우 설문 하나에 참여할 수 있었다. 10분 정도 걸리는 설문을 하고 0.2유로.

 

약 30분만에 나는 클릭워커 어플을 미련 없이 삭제했다.

남는 시간과 영어 실력을 이용해 푼돈벌이 해 보려다가 AI산업의 씁쓸한 이면만 경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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