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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엑스오, 키티 감상 - 한 마디로 '아쉬움'

by 북카루 2024. 5. 16.

 

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고 빛나는 조연인 키티 송 코비라는 캐릭터에도 애정이 있었다. 내사모남 시리즈를 보면서 키티를 안 좋아하기가 더 어렵다. 내사모남의 팬들이라면 키티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드라마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다들 '우리 키티가!' 하고 마치 자기 막내동생에게 경사가 난 듯 기뻤을 것이다. 키티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송 코비 자매들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어 반갑기도 하고. 심지어 한국에 와 준다니 얼마나 기특하고 반가운가.

 

그런데 [엑스오, 키티] 공개 후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일부 클립과 사진은 놀림거리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키티가 한국에 오자마자 '포틀랜드에서 온 스토커' , '웰컴파티 컵케이크 걔' 라고 불리며 따돌림당했던 장면과 어쩐지 겹쳐 보여서 좀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픈 이유는 내가 키티라는 캐릭터를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이고 젊은 배우들이 너무나 열심히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 엉성하고 엉망인 내용을... [엑스오, 키티] 를 그래도 좋게 봐 주고 싶은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배우들에 대한 측은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유리를 연기한 김지아 배우의 자연스럽고 감정이 배어나는 눈물 연기에 특히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엑스오, 키티] 제작진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를 좋아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분위기와 상황에 딱 어울리면서도 힙한 음악
  • 인스타그램 필터를 씌운 듯한 특유의 색감
  • 인물들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고 이유가 있음
  • 하이틴물이지만 연애와 우정, 가족애에 대해 꽤 진지하게 다룸

하지만 [엑스오, 키티] 에서는 이런 점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엑스오, 키티] 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것을 섞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패러디를 하고 싶었던 건지 소위 '한국 드라마의 필수요소' 들을 왕창 가져왔다. 출생의 비밀, 재벌과 서민의 빈부격차, 상류층만 다니는 사립학교 등등... 거기다가 넷플릭스 막장식 연애 관계를 밀어넣었다. 성별에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의 잠재적인 크러쉬 상대인, 사랑의 화살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밌게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키티만 안쓰럽다.

 

그나마 괜찮았던 장면들은 한국계 혼혈이지만 한국 문화를 거의 모르는 키티가 현실을 경험하는 부분이다. 대니얼 리 선생님이 '너의 톡톡 튀는 매력은 미국 선생님들께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아니다' 라고 일침하는 장면, 한국에서는 미성년 음주가 아주 심각한 일로 묘사되는 장면, 학생 식당 식탁에 올라가 미국식 스피치를 하는 키티에게 알렉스가 다가가 넌지시 '한국에서는 밥상 위에 올라가면 안 된다' 라고 알려 주는 장면 등. 한국에 대해 환상을 잔뜩 가지고 온 미국 소녀 키티가 진짜 한국과 맞닥뜨리는 장면인데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좀더 극 분위기를 진지하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시즌2가 나온다는데 나는 볼 것인가? 글쎄... 배우들에 대한 의리와 호기심 때문에 첫 에피소드 정도는 볼 것 같다.